고독이 불편한 이유 – 디베르티스망·솔리투도·자기직면

 

고독이 불편한 이유 – 디베르티스망·솔리투도·자기직면

🏷️ 고독, 디베르티스망, 솔리투도, 자기직면, 파스칼, 소로우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는 자신을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불편했습니다. 약속 없는 주말이면 괜히 바쁜 척 일정을 채웠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유튜브나 음악으로 공백을 메웠습니다. 그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스칼과 소로우, 니체의 생각을 빌려 들여다봤습니다.

니체   초상화

30초를 못 버티는 이유, 사실은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카페에 혼자 앉아서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는 2분. 그 짧은 시간에도 화면을 꺼내지 않으면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드신 적 없으신가요? 저는 그 감각이 단순한 습관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을 아무 자극 없는 빈 방에 15분간 혼자 앉혀두고 그냥 생각만 하게 했는데, 상당수가 그 시간을 견디느니 차라리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출처: Science,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고통보다 고요함을 더 못 견딘 셈입니다. 이것이 의지박약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십만 년을 별을 보거나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던 존재가, 왜 30초를 버티지 못하게 된 걸까요? 저는 이 질문이 불편한 이유가 답이 이미 어느 정도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자기 자신이 불편한 것 아닐까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이란 개념이 여기서 등장합니다. 17세기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사용한 표현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몰두하는 상태입니다. 파스칼은 사냥을 즐기는 귀족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냥 자체가 아니라, 사냥하는 동안 자신을 잊는 경험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폰 스크롤이 지금 시대의 사냥인 셈이죠.

파스칼  초상화


고독(솔리투도)과 외로움은 전혀 다른 감각입니다

혼자 있는 것이 무조건 외로운 것이라고 느껴지시나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둘은 꽤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외로움은 연결되고 싶은데 연결되지 못하는 결핍의 상태입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에 있으면서도 아무에게도 닿지 못하는 느낌, 그게 외로움입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외로움은 뇌에서 신체적 고통과 유사한 신호를 만들어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출처: NIH, "Loneliness and Health". 반면 금요일 밤 혼자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실 때의 충만함은 다른 감각입니다. 아무도 없지만 채워지는 느낌. 그것이 고독입니다.

솔리투도(Solitudo)라는 라틴어가 있습니다. 고독을 뜻하는 이 단어는 원래 부정적인 의미가 없었습니다. 로마 시대 철학자들이 깊이 사유하고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했던 표현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임, 즉 내면을 향한 방향성이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실패나 관계의 결핍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혼자 식당에 가면서 괜히 눈치를 보거나, 약속 없는 주말을 굳이 바쁜 척 설명하려는 마음. 저도 분명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고독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스칼, 소로우, 니체 세 사람 모두 완전한 고립 속에서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파스칼은 살롱에 드나들었고, 소로우는 숲에서도 친구를 만났으며, 니체는 편지로 연결을 유지했습니다. 그들이 말한 것은 사람을 끊으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없는 연결은 결국 공허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철학자가 각각 고독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파스칼: 고독은 두려운 것이다. 인간은 그 두려움 때문에 끊임없이 바깥으로 달아난다.
  2. 소로우: 고독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다. 세상이 조용해질 때 비로소 자신의 소리가 들린다.
  3. 니체: 고독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다. 군중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잃는다.

자기직면, 불편하지만 그게 핵심입니다

어느 날 인터넷이 끊겼습니다. 한두 시간을 아무것도 없이 보내야 했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어색하고 불안했습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올라왔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지쳐 있는지, 어떤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직접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수면 위로 조용히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저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선명하게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두려웠던 것은 고요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만나게 될 것들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파스칼이 말한 것을 책이 아니라 경험으로 이해한 순간이었습니다.

자기직면(self-confrontation)이란 자신의 내면 상태, 감정, 두려움, 욕구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이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높이는 핵심 경로로 봅니다. 자기인식이란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 패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인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높고 대인관계 만족도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니체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변형시킨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일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계산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순간에야 그 연기를 멈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정말 고독일까요, 아니면 고독 속에서 만나게 될 자기 자신일까요. 제가 직접 그 시간을 겪어보니, 이 질문이 꽤 정확하게 찌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로우는 월든 호수 근처 숲속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2년 넘게 살았습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숲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계산해보니 1년에 6주만 일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조용해지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수의 색깔 변화, 숲속의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보였습니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왜 더 공허해지는 걸까요

연락처에 수백 명의 이름이 있고, 알림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립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외로움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깊어졌다는 쪽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파스칼의 언어로 설명하면, SNS는 현대판 디베르티스망입니다. 타인의 일상을 구경하며 잠시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행위입니다. 화면을 닫는 순간 공허함은 그대로 돌아옵니다. 때로는 더 짙게. 많은 것을 보여줬는데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많은 사람과 연결됐는데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느낌. 접촉의 양은 늘었지만 깊이는 얕아진 상태에서, 연결을 더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SNS를 덜 보거나 더 보거나가 아니라, 잠들기 전 5분을 아무것도 없이 그냥 앉아 있어보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이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불편함이 신호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니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이 단단하게 있을 때 연결은 의미가 생긴다. 자기 자신이 흐릿해진 상태에서의 연결은 서로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에 그친다. 뿌리 없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 자기 자신과의 시간이 없는 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스칼, 소로우, 니체 세 사람 모두 고독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저는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두려웠고, 힘들었고, 외로웠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향한 방향만은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세 철학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제가 남긴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고독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고독 안에서 만나게 될 것들이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아는 시작이라는 것. 오늘 잠들기 전, 딱 5분만 아무것도 없이 있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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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고독과 외로움은 어떻게 다른가요?

외로움은 원하지 않는데 혼자인 상태, 즉 연결되고 싶지만 연결되지 못하는 결핍의 감각입니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혼자임으로, 충만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혼자이면서도 전혀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Q2. 파스칼이 말한 디베르티스망이란 무엇인가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바쁘게 지내거나 오락을 찾는 것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혼자 있을 때 마주치게 되는 자기 자신이 두려워 달아나는 행동일 수 있다는 관찰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Q3. 소로우가 숲에서 한 실험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단순한 자연 생활이 아니라,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자기 자신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를 몸으로 확인하려 했습니다.

Q4. 니체가 말한 '당신 자신이 되어라'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끊임없이 변형시킵니다. 고독 속에서 그 변형을 멈추고, 자신의 생각과 감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독은 그 연습의 시간입니다.

Q5. 고독을 연습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잠들기 전 5분, 아무것도 틀지 않고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초조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함 자체가 자기직면의 시작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밀리언마인드

📌 생각 한 줄

"고독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고독 안에서 만나게 될 자기 자신이 무서운 것이었다. 파스칼은 디베르티스망으로 그 두려움을 설명했고, 소로우는 숲에서 그 두려움과 마주했으며, 니체는 그 두려움을 통과해야만 진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잠들기 전 5분, 아무것도 없이 그냥 앉아 있어보라. 그 불편함이 바로 자기직면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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